조선, 세도정치라는 해킹

조선의 제도는 서로를 견제하도록 짜여 있었습니다. 세도정치 육십 년 동안 그 제도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. 다만 과거는 사고파는 것이 되었고, 견제하는 자리는 한 집안의 사람들로 채워졌습니다. 겉은 그대로인 채 안이 바뀌는 것, 그것이 해킹입니다.

첫째 단서 — 구조조선은 왕과 신하가 서로를 견제하도록 짜여 있었습니다. 삼사가 왕을 견제하고, 과거가 사람을 뽑고, 삼정이 나라를 굴렸습니다. 어느 하나가 기울어도 나머지가 잡아 주게 되어 있었습니다.
둘째 단서 — 목적그 견제는 어느 한 집안이 나라를 쥐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. 그런데 왕이 어리면 견제할 힘이 사라집니다. 목적은 그대로인데 목적을 이룰 조건이 사라진 것입니다.
셋째 단서 — 질서제도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. 과거도 그대로 열렸고 삼사도 그대로 있었습니다. 다만 과거는 사고파는 것이 되었고, 견제하는 자리는 한 집안의 사람들로 채워졌습니다.

무너진 것은 제도가 아니라, 제도 안에서 작동하던 것이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