삼풍백화점

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에 스무 초 남짓 만에 무너졌고 50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. 설계도가 없어서가 아니라, 있는 설계도를 하나씩 지웠기 때문입니다. 기둥을 가늘게 하고, 계획에 없던 층을 올리고, 옥상에 무거운 것을 얹었습니다. 맞물림은 그렇게 하나씩 풀립니다.

첫째 단서 — 구조기둥과 바닥이 서로를 붙드는 방식으로 서 있던 건물입니다. 그 기둥을 가늘게 하고, 계획에 없던 층을 올리고, 옥상에 무거운 장비를 얹었습니다. 맞물림을 하나씩 풀어낸 것입니다.
둘째 단서 — 목적사람을 담기 위한 건물이었습니다. 그런데 중간에 목적이 바뀌었습니다. 더 많이 담고 더 싸게 짓는 것이 앞섰고, 사람을 담는다는 원래 목적이 뒤로 밀렸습니다.
셋째 단서 — 질서무너지기 전 여러 날 동안 균열이 보고되었고, 당일 아침에는 천장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. 질서가 무너질 때는 반드시 신호가 납니다. 그 신호를 읽는 사람이 없었을 뿐입니다.

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. 도면을 지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, 이 한 자리가 말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