설계도를 찢은 사람들

설계도를 찢는다는 것은 있는 질서를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, 자기가 새 설계자가 되겠다는 몸짓입니다. 목적은 대개 선했습니다. 다만 무엇을 세울지는 정했으나 무엇을 넘지 않을지는 정하지 않았고, 그럴 때 설계는 사람을 자기에게 맞추려 듭니다.

첫째 단서 — 구조설계도를 찢는다는 것은 있는 질서를 부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. 자기가 새 설계자가 되겠다는 몸짓입니다. 그래서 이 자리에는 늘 새 인간, 새 사회, 새 시작이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.
둘째 단서 — 목적목적은 대개 선했습니다. 낡은 것을 걷어내고 더 나은 것을 세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. 그런데 무엇을 세울지는 정해 두었으나, 무엇을 넘지 않을지는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.
셋째 단서 — 질서한계 없는 설계자는 자기 설계에 사람을 맞춥니다. 사람이 설계에 맞지 않으면 설계가 아니라 사람을 고칩니다. 20세기가 이 실험을 여러 번 했고, 결과는 대체로 같았습니다.

무엇을 세울지는 정했는데 무엇을 넘지 않을지는 정하지 않은 설계는, 늘 사람을 갈아 넣는 자리에서 끝났습니다.